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사회적 기반과 공공의 역할
- 등록일 : 2026-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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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사회적 기반과 공공의 역할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사회적 기반과 공공의 역할 < 오륙도 글샘 < 오피니언 < 기사본문 - 오륙도신문
청소년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책임질 존재이기에 앞서, 지금도 매 순간 성장하고 살아가는 한 사람의 시민이다. 따라서 청소년을 위한 정책의 목표는 청소년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관리하거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데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청소년이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역량을 키우며,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참여할 수 있도록 성장의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에는 청소년을 위험이나 결핍의 대상으로 바라보기보다 강점과 가능성을 지닌 존재로 바라보는 긍정적 청소년 발달(Positive Youth Development, PYD) 관점이 주목받고 있다.
PYD는 청소년의 긍정적인 특성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이 가진 강점과 가족·학교·지역사회가 제공하는 긍정적인 환경과 기회가 서로 조응할 때 건강한 발달이 이루어진다고 본다. 즉, 청소년의 성장에는 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그를 둘러싼 사회적 환경과 관계, 그리고 성장의 기회가 함께 작동한다.
그렇다면 청소년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 우리 사회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를 성장의 조건과 기회, 발달역량, 공공지원 과정이라는 세 가지 차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성장할 수 있는 조건과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을 이야기할 때 흔히 청소년 개인에게 필요한 역량이나 태도에 먼저 관심을 가진다. 그러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과 기회가 없다면 개인의 노력만으로 건강한 성장을 이루기는 어렵다.
청소년에게는 안전한 가정환경, 존중받는 학교생활, 긍정적인 또래 관계를 비롯하여 문화·예술·체육활동, 진로 탐색, 봉사와 사회참여 등 다양한 경험의 기회가 필요하다. 이러한 경험은 단순한 여가활동을 넘어 청소년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지를 발견하고,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며, 실패와 성공을 경험하면서 자신의 역량을 키우는 발달의 기회가 될 수 있다.
PYD의 발달자산 관점에서도 청소년의 긍정적인 발달은 개인 내부의 자원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가족, 학교, 또래, 지역사회 등에서 제공되는 관계와 기회와 밀접하게 관련된다. 따라서 청소년정책은 청소년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에만 우선순위를 둘 것이 아니라 청소년이 어떤 성장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사회적 환경을 조성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특히 청소년의 성장 기회가 가정의 경제적 여건이나 부모의 관심 정도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된다. 누구나 자신의 관심과 적성을 발견하고 다양한 경험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편적인 성장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청소년의 발달역량을 키워야 한다.
청소년의 건전한 성장은 단순히 문제행동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건강한 성장에는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역량, 타인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능력,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성숙성이 포함되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PYD의 대표적인 5C 모형은 청소년의 긍정적인 발달을 이해하는 유용한 틀을 제공한다. 5C는 유능성(Competence), 자신감(Confidence), 관계성(Connection), 인성(Character), 배려(Caring)를 의미한다. 유능성은 학업·사회·인지·진로 영역에서 자신의 능력을 효과적으로 발휘하는 것을 의미하며, 자신감은 긍정적인 자기개념과 자기효능감을 포함한다. 관계성은 가족·친구·학교·지역사회와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며, 인성은 책임감과 도덕성, 사회적 규범에 대한 존중을 의미한다. 배려는 타인에 대한 공감과 친사회적 태도를 의미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러한 역량들이 서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연관되어 있다는 점이다.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은 새로운 활동에 도전할 수 있는 자신감을 높이고, 긍정적인 관계는 청소년에게 정서적 지지와 소속감을 제공하며, 타인을 배려하는 경험은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인식하도록 돕는다.
따라서 청소년정책 역시 학업성취나 문제행동 예방이라는 좁은 목표를 넘어 ‘청소년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고 있는가’, ‘사회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청소년의 관계성을 사회적 성장자산으로 바라봐야 한다.
청소년의 성장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관계이다. 가족, 친구, 교사, 지역사회 성인과의 긍정적인 관계는 청소년에게 소속감과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는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
PYD의 5C에서 말하는 Connection 역시 단순히 사람들과 접촉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가족·또래·학교·지역사회와 상호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청소년에게 적응을 요구하기 전에 청소년이 관계를 맺고 소속감을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가족과의 의사소통을 지원하고,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 간의 신뢰를 높이며, 또래와 협력할 수 있는 활동을 확대하고, 지역사회에서 청소년이 만날 수 있는 성인과 공동체의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청소년 지원은 상담이나 복지서비스를 개별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넘어 청소년을 중심으로 가족·학교·지역사회의 관계망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
청소년을 정책의 대상이 아니라 성장의 주체로 바라봐야 한다
건전한 성장을 위해서는 청소년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청소년이 자신의 삶과 지역사회의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내고, 직접 선택하고, 활동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청소년이 프로그램을 단순히 제공받는 수동적인 참여자가 아니라 프로그램의 기획과 운영, 평가 과정에 참여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지역사회의 문제를 청소년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결방안을 제안하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는 PYD에서 5C의 발달이 궁극적으로 Contribution, 즉 자신과 가족, 학교,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점과 연결된다.
따라서 청소년활동의 방향도 ‘청소년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가’에서 ‘청소년과 무엇을 함께 만들어 갈 것인가’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
공공의 역할은 서비스를 넘어 성장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은 청소년 개인이나 가족만의 책임으로 맡길 수 없다. 청소년은 가정에서 생활하면서 학교에 다니고, 지역사회의 다양한 기관과 관계를 맺으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다양한 환경 속에서 성장한다.
따라서 공공의 역할 역시 개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학교, 청소년시설, 복지기관, 보건의료기관, 지역사회가 서로 연결되어 청소년이 필요로 하는 자원과 기회를 적시에 연결해 주는 성장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제7차 청소년정책기본계획(2023~2027)도 청소년정책의 중장기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러한 정책이 실제 현장에서 청소년의 성장 경험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관별 사업의 양적 확대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내 자원 간 연계와 청소년 중심의 지원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보편적 지원과 맞춤형 지원의 균형이다. 모든 청소년에게 안전하고 다양한 성장 기회를 보장하는 동시에, 경제적 어려움이나 가족문제, 장애, 학교 밖 생활, 사회적 고립 등으로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한 청소년에게는 보다 촘촘한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디지털 환경도 청소년의 성장공간으로 바라봐야 한다
오늘날 청소년의 성장환경은 학교와 지역사회라는 물리적 공간에만 머물지 않는다. 온라인 공간 역시 청소년이 정보를 얻고, 친구를 만나고, 자신을 표현하며,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는 중요한 생활공간이다.
따라서 디지털 환경을 단순히 중독이나 사이버폭력 등의 위험요인으로만 바라보는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 디지털 리터러시, 정보판별 능력, 온라인 의사소통, 디지털 시민성, 콘텐츠 창작능력 등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발달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청소년에게 필요한 것은 디지털 환경을 무조건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공간에서도 자신과 타인을 존중하고 책임 있게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돕는 것이다.
청소년정책의 성과를 ‘문제의 감소’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청소년정책의 성과를 평가하는 방식도 변화할 필요가 있다. 학교폭력, 비행, 중독, 우울 등 위험과 문제를 줄이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정책목표이다. 그러나 문제의 감소만으로 청소년이 얼마나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는지를 충분히 설명하기는 어렵다.
앞으로는 청소년의 유능성, 자신감, 관계성, 인성, 배려, 사회참여, 삶의 만족, 소속감과 같은 긍정적 성장지표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PYD 연구에서도 5C는 청소년의 긍정적인 발달과 적응, 사회적 기여와 관련되며 일부 연구에서는 위험행동 및 우울 등 부정적 지표와의 관계도 확인되었다. 이는 정책의 질문을 바꾸는 일이기도 하다. ‘얼마나 많은 청소년이 문제를 겪고 있는가?’에서 ‘얼마나 많은 청소년이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성장하고 있는가?’로 정책의 관심을 확장해야 한다.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은 사회 전체의 책임이다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은 청소년 개인의 의지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청소년에게는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고,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며, 어려움이 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
따라서 청소년의 건전성장은 ① 성장의 조건과 기회, ② 청소년의 발달역량, ③ 공공지원과정이 서로 연결되고 작동하는 상태이자 지속적인 과정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성장의 조건이 충분할 때 청소년은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발달역량이 강화되면 청소년은 다시 가족과 학교, 지역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참여가 지속될 수 있도록 공공이 적절한 자원과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결국 세 요소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강화하는 관계에 있다.
청소년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문제없는 청소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청소년을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사회가 던져야 할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청소년에게 무엇이 부족한가?”에서 “청소년이 잘 성장하기 위해 우리 사회는 무엇을 더 만들어야 하는가?”로.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은 청소년만의 과제가 아니다. 그것은 가족과 학교, 지역사회 그리고 공공이 함께 만들어 가야 할 우리 사회의 성장환경에 관한 과제이다. 청소년이 자신의 가능성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은 곧 우리 사회의 미래를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출처 : 오륙도신문(https://www.oryukdonews.com)
